
‘군대는 신고로 시작해서 신고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30여 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입사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입사 신고가 늦었지만 모든 분께 갑진년, ‘값진’ 한해가 되시길 기원드린다.
얼마 전 이순신 3부작 중 마지막 해전을 다룬 영화 ‘노량’을 봤다. 해상 전투신(scene)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 내내 울렸던 북소리였다.
장군의 죽음(戰死)으로 인한 애절함과 함께 ‘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1편 ‘명량’에서의 대사가 오버랩 되어 코끝이 찡했다. 영화를 보면서 ‘국가’, ‘국민’, ‘충성’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아! 아직 군인의 티를 벗지 못했구나!”
아마 많은 분들이 우리 회사에 비상계획관이란 직책이 있는 지도 모를 것이다. 혹 알아도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졸필(拙筆)의 염치를 무릅쓰고 펜을 들었다.
비상계획관(Contingency Planning Officer)은「비상대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군사작전을 지원하고, 정부기능 유지 및 국민 생활의 안정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매년 8월 행안부 주도로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 그리고 우리 회사와 같은 중점 관리 대상 업체가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전쟁 수행 연습(보통 ‘을지연습’이라고 한다)을 하는데, 이를 준비하고 시행하는 것도 주요 임무 중 하나다.
비상대비계획(정확한 명칭은 ‘충무계획’이다)의 작성 및 훈련 실시, 민방위·예비군 업무 등 군사적 식견과 전문성이 요구되어 주로 군생활 20~30년 경험이 있는 중령 또는 대령 중에서 선발한다.
지난 30년 동안 직업군인으로서 후회 없이 복무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비상계획관이 되어 한번 더 국가(정부, 軍)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감사할 일이다.
달라진 점도 있다. 이전의 태도(attitude)를 ‘선공후사(先公後私)’라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선사후사(先社後私)’ 다. 과거에 국가안보(국방)만을 생각했다면 지금 그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회사의 존재 목표인 이윤(이익)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셈이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에 비상계획관으로서의 각오와 바람(所望)을 가져본다. 우선 일에 정통하자. 한창 전쟁 중인 먼 나라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연일(連日)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를 두고 일찍이 로마의 군사 전략가 베게티우스(Vegetius)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을 남겼다. 비상대비업무에 있어서 회사의 대표 선수라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촘촘하게 일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먼저 행동하자. 요즘 들어 군대든 사회든 결국은 '사람이 핵심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구성원이 서로 소통하고 응원해 주는 조직은 튼튼하다. 동료의 판단이나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를 뿐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는 조직은 건강하다.
軍에 있을 때 존중과 배려의 가치관, 사람 중심의 조직 문화를 익히고 또 부대 관리에 적용해 많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제는 그것을 다시 소환해 업그레이드(up-grade)할 때다. 먼저 인사하기, 밝은 얼굴로 대하기 등 작은 것, 쉬운 것부터 실천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 회사에 바라고 싶다. 영화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위해 승전(勝戰)의 북소리를 울렸다면 지금은 우리 모두가 회사의 성장·번영을 위한 고수(鼓手)가 되어야 한다.
한두 사람만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혁신과 도전, 존중과 안전의 북소리를 울리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도 가슴 한 편에 남아 계속해서 울리는 그 북소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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