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의 세계에서는 무리들이 그들의 리더 주변에 머무르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먹이 등 뭐라도 얻을 것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회사는 이런 동물의 세계와는 엄연히 차원이 다르겠지만, 너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리더들 주변에 모여 드는 직원이 없다는 겁니다. 직책을 맡는 순간부터 기존에 잘 지내던 동료들과도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하고, 거리감이 생깁니다. 새로 직책자가 된 사람의 성향이나 행동이 전혀 바뀐 것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단지, 해야할 업무 역할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직접 실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단위 조직 전체 업무를 관리하고, 필요시 업무를 지시하고 좋은 성과가 도출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지요. 직책자도 비책자와 동일한 직장인이기에 경제 활동을 위해서 본인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며, 바뀐 역할에 충실한다는 것은 회사에 이익이 될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표현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는데, 직책자는 비직책자를 대상으로 알량한 권력(?)을 누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휘하 직원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좋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장애 요인을 제거해 주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옆에서 조력하는 것이 직책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본인이 맡은 조직 내에서 문제가 생기면 외부 조직과 잘 협업하여 이를 해결하고, 어떤 일이 잘못될 경우에는 그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직책자도 결재 외에 행정서류, 보고자료 등 고유의 업무가 있어 안타깝게도 비직책 직원들께 어려운 일이 있냐고 일일이 물어보며 돌아다닐 상황은 안 됩니다. 업무 수행 시에 애로사항이 생기면 혼자서 전전긍긍하거나 선배사원이 와서 도와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망설이지 마시고 직책자한테 현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직책자를 업무적으로 잘 활용하시면 고민하는 문제를 훨씬 수월하게 해결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업무와 직접 연관성은 낮지만, 회사 생활 차원에서 조금 다른 얘기를 해 보면, 직책을 맡은 순간부터 주변에 식사나 술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확 줄어듭니다. 저 또한 비직책자일 때 그랬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직책자는 참 외롭습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먼저 먹자고 제안하기도 어렵습니다.
번개의 기본은 성사가 안 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하고 시작하는 것인데, 그냥 거부해도 될 것을 비직책자들은 상당한 부담감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번개 말고 공식적인 회식을 자주하면 또 말이 나올 것 같으니, 이러지도 못 하고 저러지도 못 하는, 요즘 젊은 이들의 용어로는 ‘빼박캔트’ 상황에 놓여집니다.
반드시 식사나 술을 같이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통의 기본은 상호간 대화이며,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의미에서 식사나 술을 말씀 드렸고, 커피를 마시거나 같이 즐기기 좋은 여가활동도 좋습니다. 어떠한 자리를 만들든지 간에 서로의 생각이나 상황을 공유하여야 또 다른 얘기거리로 이어집니다.
최근 근황이나 관심사를 서로 잘 모르는데 할 얘기가 뭐 있겠어요? 당연히,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소통의 기회는 사라지겠지요. 이렇게 되면 회사 동료, 회사 식구가 아니라 그냥 같은 회사에서 같은 날에 월급 받는 사이가 됩니다. 업무 외에 이런저런 대화를 자주 주고 받아야 상호 가치관이나 어떤 환경에서 살아 왔구나 하는 이해도가 높아지고 친밀도 또한 상승하겠지요. 이런 게 가족같은 회사 생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회사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면 ‘내가 그렇게 어려운 사람인가? 나는 나쁜 직책자인가?’ 하고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십 수년 전에 사내 교육에서 강사님께서 말씀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생생한 사투리까지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휘하 직원 중 누구 하나 쥑여 삐야지’ 하고 나쁜 마음 먹으면서 출근하는 직책자는 아무도 없슴미데이~”

각설하고, 과감하게 직책자한테 번개를 날려 보십시오. 술값을 내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사망 수준의 중대 이슈가 없다면 상당히 반기며 번개에 응하실 겁니다.
두서 없는 글을 읽어주신 보답으로 평소 마음에 안 드는 직책자를 골탕 먹이는 비법을 한 가지 소개시켜 드릴까 합니다.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딱 한 마디만 하시면 됩니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이 순간 직책자는 얼음이 됩니다. 이 심정 느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반어적으로 얘기한 것이지 실제로는 이 수법을 절대 사용하지 마십시오. 비직책자분들께 한 가지 부탁 말씀 드리면, 직책자를 조금만 배려해 주는 마음으로 상의 또는 면담 요청시 앞에 한 두 단어만 넣어 주세요. 예로, “프로젝트 관련 말씀 드릴 것이 있어요.”, “출장 관련 미리 말씀 드릴 것이 있어요.” 이렇게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직책자도 비직책자와 똑같은 직장인입니다. 대출 받고, 빚 갚으며 살아갑니다. 너무 미워하지는 마시고, 잘 활용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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